작성일 : 09-06-30 15:03
글쓴이 :
송학건설
조회 :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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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영 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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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벡텔과 같은 세계적인 건설회사가 나와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십수년 동안 반복돼 온 건축설계와 시공 겸업제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내달부터는 건설업체도 건축설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설계겸업 제한 폐지를 요구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규제개혁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97년에도 설계시장 개방문제가 급부상했으나 건설업체 소속 건축사들에게 극히 제한된 범위의 설계 참여만 허용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이어 올 3월 건설산업선진화의 일환으로 규제개혁기획단이 제시한 시공업체의 설계겸업 허용 방안이 담긴 건축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7월 1일 시행을 목전에 두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설업체도 20인 이상의 건축사를 고용해 공동법인을 설립하면 건축설계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건설업체가 건축사 업무를 수행하려면 대표자가 반드시 건축사여야 했지만 건축사가 아니라도 20인 이상의 건축사를 보유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설계겸업 시공업체에는 공공 턴키사업이나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 건축에 한해 설계가 허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이 앞으로 우리 건설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기엔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도한 건축사 보유 조건도 건설업체들의 건축설계 겸업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즉 건축사를 20인이나 영입해 설계를 전담시켜야 할 만큼 턴키사업이나 초대형 건설사업 물량이 따라줄 것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다.
결국 건설사들은 고정적인 설계물량 확보가 힘들기 때문에라도 외주 설계에 의존해야 하고 설계겸업 업체 설립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건설업체의 설계겸업 허용은 지난 2005년 규제개혁기획단과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가 건설산업규제합리화방안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됐다.
건축사사무소의 설계를 바탕으로 감리업체의 감독 아래 건설업체가 시공하는 현행 역할체계를 점차 종합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미국의 벡텔과 같은 건설사를 키워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을 주도해 나간다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는 최근 해외 발주자들이 시공사에게 설계능력을 요구하는 등 환경의 변화도 또 다른 배경이 됐다.
건설업체들은 건설사업의 기획과 관리까지 맡는 건설사업관리업체(CM)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금의 단순시공 단계를 넘어서야 하는 일이 시급해진 것이다.
노동력을 갖고 돈을 버는 세상은 지났다.
모든 분야에서 기술이 고도화하고 정보화가 확산되면서 단순 노동에 바탕을 둔 생산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기획력과 판단력이 중시되는 소프트 웨어의 시대가 된 것이다.
설계는 건설 소프트웨어의 핵심이자 고부가가치 분야다.
이것이 우리 건설업체들이 설계겸업 금지 규제 때문에 시공 중심의 단순 작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건설업계와 설계업계 양측의 입장과 주장을 동시에 안배한 흔적이 엿보인다.
건설업체의 설계겸업이 제기된 것은 국내건설시장에서 물량을 나누자는 취지가 아니다. 해외시장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는 원래의 목적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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