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5년간 면제제도는 도움 될 듯…신규수요 없어 단기처방 그칠 수도
중견 건설회사인 A건설은 지난해 지방에 분양한 아파트 중 1500가구 정도를 미분양으로 안고 있다. 또 A건설은 수도권에 올해 안에 아파트를 분양할 목적으로 땅을 확보해 두고 있었지만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감안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돈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확보된 땅에 대한 금융비용에다 일반관리비까지 부담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위기의 연속"이라고 밝혔다.
미분양 문제와 금융ㆍ세제 부담이라는 이중고가 심화되면서 중소건설업체들은 유동성 악화로 인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건설사들에 지난 21일 발표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 중소건설업체들 유동성 위기
= 금융감독원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B건설은 작년 404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236억원으로 168억원 감소했다. B건설은 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31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2억원 줄었다.
유동성 자산은 줄고 있지만 유동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금 확보가 어렵자 대부분 중소건설사들이 부채로 이를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B건설은 작년 말보다 총 900억원가량 유동부채가 늘었다. 매입채무 330억원, 단기차입금 100억원, 공사선수금과 분양선수금이 300억원 늘었고 유동성사채도 400억원 증가했다.
C건설 역시 유동성 사채와 단기차입금이 늘면서 유동부채도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흑자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가뭄에 단비 같은 정부 대책
= 정부는 우선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을 짓기 위해 사놓은 땅에 대해서는 5년간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다만 5년 안에 집을 짓지 않을 때에는 5년간 종합부동산세가 추징된다.
아파트를 지었으나 분양이 안 돼 건설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의 종부세 비과세 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고 시공사가 공사대금 대신 대물변제로 받은 미분양 주택도 5년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은 "당장의 자금 압박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건설사들이 여유를 갖고 분양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로 2조원가량을 투입해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주기로 했다.
정부가 계획 중인 '환매조건부' 매입은 건설 중인 미분양 아파트를 현행 공공매입 가격 수준(최초 분양가의 70~75%)에서 주공이나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이 매입하되 준공 이후 사업시행자가 원하면 당초 공공매입 가격에 공공의 자금조달 비용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환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을 주는 것이다.
대신 기존 사업 시행자가 환매 받은 아파트를 일반에 되팔 때는 당초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분양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이 경우 준공 때까지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고 입주 시점에 주공 등에서 사들여(환매) 다시 일반소비자에게 분양한다면 임대아파트로 전환돼 민원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임시 처방에 지나지 않을 전망이다. 일시적으로 자금 상황을 호전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건설경기 자체가 이번 조치로 살아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D건설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은 일시적인 과잉 공급에 세제규제와 대출규제로 신규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미분양 매입 등의 단기 처방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한국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