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0-19 13:32
글쓴이 :
송학건설
조회 :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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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우 영 ㈜한양도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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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전문가가 전문가다운 역할을 하게 될 때 조직은 효율성을 발휘한다. 그런데 대다수 우리 건설기업의 전문화 조직기반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다. 특히 ‘미드필드’격인 중견기업들이 더욱 그렇다. 제대로 된 스페셜리스트가 없다는 말이다.
포항제철에 가면 기능장과 분야별 스페셜리스트가 맹활약한다. 그들은 포항제철을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우뚝 세운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들이며 그만큼 대우받고 있다. 우리 건설기업에 과연 이런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까.
물론 건설기업들이 전문화된 조직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가령 주택사업팀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토지, 분양, 마케팅, 홍보전략 등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그들의 정확한 사전검토가 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자리에 앉혀 놓으면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지 인사정책은 전문성보다는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업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행정가들만 득실댄다.
스페셜리스트가 없다
해외건설현장에서 미국, 일본 등 소위 선진국 건설기업들과 근무해 보면 그들은 팀장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전문화를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기술직은 자기가 맡은 분야의 기술로, 재무관리책임자(CFO)는 재무능력과 회계능력에 관한 한 철두철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전문가가 아니면 버텨내기 힘든 우량기업의 특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 측정기기업체인 일본 호리바제작소의 호리바 마사오 회장은 ‘모난 직원’이 유능하다고 강조한다. 수십년간의 경영을 통해 개성이 뛰어난 전문가가 기업을 성장시키는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의 풍토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기업의 핵심자원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CEO의 확실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정보화가 잘 된 기업일수록 개인의 역량이 기업의 역량이 된다. 경영에서 기회와 위협, 도전과 좌절, 성공과 실패는 사람에서 비롯된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도 대형 건설기업에 근무했다. 당시 야간에 ‘도둑공부’를 해야 했다. 그것을 장려하는 풍토가 아니었기에 회사 눈치를 엄청 봐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MBA공부는 기존의 모든 사고를 바꾸는 기회가 됐다. 그 결과 지식자산특수효과를 통해 금융과 로펌, 세계적인 회계법인과 출자·전략적 제휴회사를 만들게 됐다. 첨단 지식을 결합하여 비즈니스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 건설기업의 풍토도 어느 정도는 개선됐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필자와 같은 재교육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평소 필자가 존경하는 동원시스템즈건설의 박건동 사장은 모든 간부직원들이 MBA공부를 하도록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아마도 건설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그리고 가장 높은 자기계발 비용을 지원해 주는 기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우리나라 건설기업 CEO들의 사고와 자세도 바꾸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교육비 투자는 기업의 ‘이연자산’(지출된 교육비의 효과가 장래 특정기간에 발생)이며, 정보화된 인재는 기업의 ‘특수자산’이다. 그런 인재를 개발함으로써 공헌이익을 높여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게 바로 CEO의 임무라는 말이다.
핵심자원은 사람이다
일본 대형 건설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을 보면 우리가 성찰해야 할 것도 많다.(모든 게 그렇다는 건 물론 아니다) 그들은 입사 후 1년 동안 직무교육을 받는다. 최초 6개월은 공무업무, 인사 및 직업윤리, 기업경영전략 등 내부교육을, 나머지 6개월은 현장에서 OJT교육을 받는다. 현장교육에서는 실제 작업과정의 기법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능인들의 고충과 노동의 어려움을 체득하게 하는 소위 ‘도제교육’(徒弟訓鍊)이 이뤄진다. 기초를 닦아주는 과정이다. 후일 그들이 성장하여 프로젝트관리자가 되고 경영자가 되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다시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곧 기업의 지식자본이 되는 셈이다.
특히 단순건설업에서 소위 EC(엔지니어링 컨스트럭션)화로 사업구조조정을 추진코자 하는 중견 건설기업 CEO에게 충언코자 한다. 그것은 인력개발정책을 먼저 수립,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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