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톱건설사 4명 하는일, 한국선 14명 매달려`
아파트 건축비 영국보다 23% 비싸, 선진기법 도입해 건설산업 거품빼야
미국 뉴욕에는 지금 `뉴(New) 뉴욕`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세계무역센터2인 프리덤 타워를 짓는 것을 필두로 맨해튼을 중심으로 동시에 18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뉴욕 마천루에 화려함을 더하는 뉴욕타임스 새 사옥과 실버컵 스튜디오 등 새로운 랜드마크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중 11개 프로젝트를 터너사가 책임지고 있다. 세계무역센터2와 양키스타디움, 크루즈 터미널 사업 등이 터너사가 책임진 프로젝트다.
이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한 건설사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터너사 사업개발이사인 존 브래일리는 "건설사업관리(CM)로 참여하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종업원이 5700여 명인 터너사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1600개 프로젝트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평균 3.56명당 1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종업원 수 3500명에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이 240여 개로 14.6명당 1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될 버즈 두바이 현장에는 터너사 직원은 단 4명. 4명이 파견돼 건설관리를 해주는 대가로 총 공사비 중 7%를 받는다. 엄청난 고부가가치인 셈이다.
터너사는 원래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CMㆍPM을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국외사업에서 시공은 전혀 하지 않고 CMㆍPM만 한다.
이와 관련해 토머스 R 터너 부사장은 "우리도 처음에는 외국에서 시공에 주력했으나 일본 한국 등 한국 업체들이 올라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산업인 CM 쪽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후발 업체들에 시공사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에서 왜 CM이 발전했나
미국 C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설 전문잡지인 ENR에 따르면 미국 100대 기업이 2006년 수행한 용역형 CM(CM for Fee)은 2005년보다 18.1% 증가한 8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책임형 CM(CM at Risk) 역시 17.4% 증가한 741억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이유는 CM 방식이 건설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공기는 물론 공사비까지 절감해 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1년에 완공된 미국 트럼프월드타워는 콘크리트 구조로 된 70층짜리 초고급 아파트였는데 공사 기간은 24개월이고, 한창일 때 현장관리 인원도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현장 인원을 감안할 때 동일한 공사를 한국에서 했다면 현장관리 인원이 30~40명은 배치되어야 했을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1㎞ 건설비는 용지보상비를 제외한 비용이 한국은 570억원인 데 비해 싱가포르는 470억원으로 한국이 21% 비싸고, 지름 15m인 도심지 터널공사 비용도 독일이 208억원인 데 비해 한국은 264억원으로 27%나 높았다. 공동주택(아파트) 건축비는 영국보다 23%, 상업용 건축물은 미국보다 53% 더 비쌀 정도로 한국 건설산업에 거품이 존재한다.
스콧 루이스 ENR 선임연구원은 "CM은 발주자 편에 서서 건설관리를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건설현장에서 낭비되는 요소를 철저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선진국형 CM 도입해야
우리나라도 CM을 도입했지만 미국 CM과 크게 다른 형태다. 미국 용역형 CM은 발주자가 설계사ㆍ시공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CM이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용역비를 받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 CM은 발주자와 시공사 사이에서 중재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책임형 CM은 건설사업관리자가 기존 CM 업무는 물론 시공사가 공사를 수행하는 것과 같이 하도급자 또는 전문 시공업자를 고용해 시공업무까지 수행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CM 도입이 어려운 것은 공공 발주에서 분할 발주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 계약법 때문이다. 주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공공 발주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 CM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은 "본격적인 CM 도입은 건설산업 투명화와 효율화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와 중소형ㆍ전문건설 업체 간 종속 관계를 상생협력 관계로 변화시켜 준다"고 말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