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무기로 총공세… 韓기업 "텃밭 뺏길라" 긴장
해외건설시장에 다시 등장한 일본…금융조달 능력에 엔저 날개까지
직접적인 경쟁은 드물어…대응 수단 없는 점이 난감
#. 한국수력원자력과 삼성물산, SK건설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 중인 핀란드 올킬루토(Olkiluoto) 4호기 원자력발전소(사업비 6조원 규모)의 강력한 경쟁자로 일본의 도시바 등이 떠오르고 있다. 금융 조달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이 최근 엔저로 인한 기자재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수주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 쿠웨이트 최초의 민자사업(PPP)인 북 알주르 IWPP(independent water and power plant) 프로젝트에 일본 수미토모의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카타르 라판 정유공장 2단계 확장 프로젝트 수주를 일본 업체에 내 준 국내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수주 텃밭인 중동 건설시장에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을 바라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건설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일본업체들이 금융조달 능력과 엔저를 등에 업고 다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일본 업체와 본격적으로 수주 경쟁에 돌입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지만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상황만 주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해외건설 프로젝트 중 토목, 건축, 플랜트 분야 견적시 기자재 부분이 총 수주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60% 가량이다.
일본 해외건설업체는 플랜트 프로젝트의 경우 자국산 기재사를 40~50%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 입찰에서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태다.
엔저 효과는 기자재 뿐만 아니라 인건비 분야에서도 영향을 준다. 제3국 엔지니어의 임금은 주로 미화로 지급되는데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이 고스란히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였던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엔저 현상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갈수록 금융조달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해외건설시장에 엔저는 일본 업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일본과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핀란드 원전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국가 신용도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일본에게 엔화 약세로 생기는 가격경쟁력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전력기술 양인수 박사는 “보통 원전 토털 EPC 수주에서 금융조건 차지하는 비중이 20~25% 정도로 높아 엔저가 원전 수주에 결정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간접적으로 기자재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과 국내업체가 주력하는 해외건설 공종이 다른 만큼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건협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보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LNG(액화천연가스)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하지만 경쟁을 하게 된다면 이길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