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단가 인하 근절책 발표...시공사 부담으로 추가시공 요구 못해
하도급법 상습 위반 CEO 고발, 공공입찰 제한
‘슈퍼 갑’인 공공기관들의 공사비 부당 삭감과 같은 발주 횡포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또 대기업이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일삼다 적발되면 최고경영자(CEO) 고발, 공공입찰 참가제한 등 제재 수준이 한층 강화된다.
공공발주 시 하도급계약과 대금지급의 적절성 여부를 발주기관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정부계약 하도급 관리시스템’도 하반기 중 구축된다.
정부는 13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부당 단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당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첫 번째 종합대책이다. 부당 단가인하에 대한 감시·제재 강화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 중소기업 자생력 확대 방안을 담고 있다.
우선 공공기관들이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슈퍼 갑의 위치에서 수 억~수십 억원씩 공사비를 깎는 등 발주 횡포를 부려왔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관행을 막기 위해 공공발주 시 설계서상 공사량을 임의 조정하거나 시공사 부담으로 추가시공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반기 중 계약예규를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공공기관이 표준품셈과 달리 재료비·노무비·경비 등을 조정하려면 조정사유를 예정가격조서 및 입찰공고에 명시해야 하고, 일반관리비·간접노무비 등은 사전에 공고한 공사원가 제비율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100억원 남짓한 공공공사에서 무차별적인 공사비 부당 삭감 때문에 눈물을 흘려왔다”며 “정부가 업계의 끈질긴 제도개선 요구에 답을 해줬다”고 말했다.
부당 단가인하가 중대한 경제범죄라는 인식을 하도록 제재 수위도 한층 강화한다.
부당 단가인하 행위로 적발돼도 지금까지는 주로 법인만을 고발했으나 앞으로는 단가인하에 개입한 CEO 등 경영진에 대한 개인고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CEO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업자는 공공부문 입찰참가가 제한될 수 있도록 하반기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 참가제한 누적벌점 기준(10점→5점)을 낮추기로 했다.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누산벌점 기준(15점→10점)도 하향조정한다.
부당 단가인하를 감시·예방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한다.
하도급법을 개정해 우회적으로 단가 인하를 유발하는 부당 특약을 금지하고, 하도급 계약과 관련한 거래기록 관리체제를 만들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2·3차 협력사까지 하도급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발주기관이 전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금지급 모니터링시스템도 공공부문부터 하반기 중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하도급법상 손해배상제가 활성화되도록 공정위가 중소기업에 증거자료 제공을 지원하고 소송관련 자문을 협조하기로 했다.
또 부당거래 제보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고, 불공정 신고센터를 동반성장위·중기중앙회 등에도 설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