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등급 유지 ‘거품’…주택시장 회복 기대감 반영 ‘적정’
동양그룹 사태로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둘러싸고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사들도 ‘등급 인플레’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하향 조정될 요인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1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건설사는 쌍용건설, GS건설, SK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동부건설 등 5곳이다.
지난 2월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신인도 저하와 채무상환능력 약화로 신용등급이 B-에서 CCC로 떨어졌다.
GS건설과 SK건설은 ‘어닝 쇼크’ 여파로 5월 들어 AA-, A+에서 A+, A0로 각각 하향 조정됐고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수주한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사업안정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6월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0로 내려앉았다.
동부건설도 지난 8월 영업수지 악화와 자산매각 지연 등으로 인해 BBB0에서 BBB-로 하락했다.
건설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들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종전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의 신용등급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자금조달 사정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등급 인플레’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이 기존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건설사의 캐시 플로우에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신용등급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인플레”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전 신용등급 유지는 실적 개선과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바닥을 찍었고 주택시장도 정부의 잇단 대책 등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인플레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평가는 대상 기업의 중장기적인 전망이 적지 않은 부분은 차지한다”며 “업체마다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주택시장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인플레라고 진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