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증진대상] 2010 상생의 트렌드는?
유도 왕기춘 선수의 '페어플레이' 정신 돋보인 건설업계 상생바람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유도의 왕기춘 선수가 보여준 스포츠맨십이 화제를 불렀다. 결승에서 상대 일본 선수의 발목 부상을 알고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왕기춘 선수는 상대 아키모토 선수를 상대로 공격할 때 일부러 발목 부위는 공격하지 않고 업어치기 기술을 사용했다.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는 경기 후에 “왕기춘이 나의 부상을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았다”며 “그런 모습에 대해 같은 스포츠맨으로서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왕기춘 선수의 페어 플레이 정신은 이번 ‘2010 상생협력증진대상’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상대의 부상부위를 집중 공략해 상대의 선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피하는 스포츠의 페어 플레이 정신은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선량한 합의에 의해 강자가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행동은 시장경제 속의 페어 플레이 정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상생협력증진대상을 수상한 기업들은 건설업계의 ‘왕기춘’이었던 셈이다.
◇ 건설업계의 ‘왕기춘’, 이들의 공통점은?
상생협력증진대상 수상 기업들은 모두 지난 1년 동안 성실하게 페어 플레이 정신을 준수했다.
아키모토 선수가 “(왕기춘은) 그러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대기업 건설사들도 유혹을 이겨내고 성실히 상생의 약속을 지켰다.
특히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를 100% 교부하고 하도급거래대금 현금지급 비율을 확대해나가려 노력했다는 점은 상생협력증진대상 수상업체들의 공통된 특징이었다.
태영건설은 건설업체 중 최초로 1999년부터 하도급거래대금 전액 현금지급을 시행해 온 대표적인 건설사다. 특히 협력사들끼리의 거래에서도 현금지급을 시행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극동건설은 일반건설업체 중 최초로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100% 교부를 시작했고, 1998년부터는 하도급거래대금 전액 현금지급을 실시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는 3년 연속 ‘하도급 현금성거래 우수업체’로 선정돼 업계 최초로 5년 동안 서면실태조사를 면제받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협력회사의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노임성 공종에 대해서는 100%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모든 하도급대금을 전액 현금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현금지급제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건설은 협력업체의 자금지원 확대를 위해 올해 10월부터 100% 현금결재를 시작하고, 다양한 금융사업을 통해 협력사를 돕는 점이 눈에 띄었다. ‘포스코패밀리론을 통해서 금융기관과 3000억원 규모의 대출협약을 체결해 협력업체가 포스코와 체결한 전자계약서를 근거로 대출을 시행하고, 협력기업에 2000억원에대의 지원펀드를 조성해 일반대출 대비 1~2% 이상 금리를 우대해 사업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그외 경남기업과 한라건설,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도 현금성 결제수단을 통해 협력사의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번 수상업체로 선정됐다.
◇ “물고기 잡는 법을 공유하자”
탈무드에는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이 나온다. 부모의 교육지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부문에서도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17일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대기업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한편 협력사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기술상생협력시대’ 개막을 선언했을 정도다.
이처럼 최근 대기업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기술전수 및 기술개발자금 지원제도가 상생협력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이 ‘상생’을 강조하고 부터는 특히나 이런 기술공유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협력사와의 공동기술개발은 국익향상으로 이어져 진정한 ‘상생경영’이 시장경제 활성화를 돕는다는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포스코건설은 협력사와 공동기술개발을 통해 수입품을 국산화하고, 해당 기숭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공동진출한 사례를 갖고 있다. 3년에 거친 공동기술개발은 200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와 해외수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여했다. 게다가 일본과 독일회사 점유하고 있던 시장의 30% 이상을 국산기술이 점유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대표적인 ‘상생’의 표본을 보여줬다.
그 외에도 대기업 건설사들은 공동기술개발과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과제에 기술개발비를 지원하고,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을 협럭사에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기술이전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전 외에도 ‘상생경영’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상생협력증진대상 수상업체들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발주시스템 개선, 물가상승을 반영한 단가조정, 지방에서는 해당지역의 외주 및 자재업체를 우선선정하는 등 공익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협력사와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부분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정부의 별다른 도움 없이도 기업 스스로 상생협력의 모델을 찾아가는 셈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상생협력증진대상(25일) 하루 뒤에 폐막하고, 왕기춘 선수의 페어 플레이 정신은 언젠가 잊혀지겠지만 건설사들의 ‘상생’ 의지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지희기자 jh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