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신용등급 상향 잇따라… 저평가 해소되나
중견 건설사 신용등급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면서 건설업이 ‘만년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 관측이 나온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이자비용이 줄어 재무상태가 안정되고 대외신인도 상승에 따라 수주경쟁력에 도움을 준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신정평가는 지난 2일 한라건설의 채권신용등급을 기존 ‘BBB+’ 등급에서 ‘A-’로 상향했다.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두 평가사는 한라건설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로 △대전 서남부 및 인천 청라사업지구의 분양 호조에 따른 주택리스크 감소 △상반기 실시한 1088억원 유상증자와 156억 자사주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 △시가 기준 5000억원에 이르는 자회사 ‘만도’가치에 따른 재무적 든든함을 꼽았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한신정평가가 반도건설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높였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신정평가는 반도건설의 개발사업에 선투입됐던 자금이 회수되며 사업위험이 축소됐다며 등급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이 평가사는 “올해 12월 준공예정인 두바이 개발사업이 마무리되며 자금투입 부담이 줄었고, 서울 당산동과 남양주 진접 등 아파트 분양대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한양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관련 우발채무 감소에다, 준공사업장의 양호한 입주율 덕분이다.
지난 3월말과 4월초 대기업인 SK건설과 현대엠코가 각각 A-에서 A로 신용등급이 올라간 뒤 건설업 등급 변동이 뜸하다가 하반기 들어 중견 건설사의 신용등급 상향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금융비용이 절감된다. NH투자증권은 한라건설이 ‘BBB+’급 때 보다 1.5~3%p 정도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며 144억원의 이자를 절감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3분기말 기준 64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보유한 한라건설의 채권 발행금리는 연 7.5~8.5%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신용등급이 상향되면 입찰참자자격 사전심사(PQ) 때 재무구조 가산점을 받는 등 수주경쟁력이 높아진다.
중견 건설사들의 잇단 등급 상향은 건설업황 회복의 ‘시그널’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주택가격 회복을 기점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감소하고 건설업 저평가도 해소될 것”이라며 “건설업종은 지금 봄을 기다리는 겨울들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건설사 등급 상승기조가 확산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도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건설업황의 턴어라운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중견 또는 중소 건설업의 재무구조 악화와 유동성 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정호기자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