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조달청의 민원창구가 이달초부터 ‘생체 정보’를 등록하려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비즈니스맨들의 행렬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조달청이 정부조달구매 사이트인 ‘나라장터’에 대한 불법 전자입찰을 막기 위해 오는 4월부터 세계 최초로 시행할 예정인 ‘지문인식 전자입찰’(사진)을 앞두고 17만개에 달하는 각종 조달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지문을 조달청에 사전등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도입된 나라장터는 지난해 기준으로 25만건의 공공기관 입찰을 통해 무려 85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이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전자조달 사이트. 하지만 입찰 브로커 등이 타업체의 공인인증서를 빌려 대리 담합투찰을 하거나 동일 PC에서 중복투찰하는 등 각종 부정입찰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대책을 고심하던 조달청은 3년간의 검토기간을 거쳐 최후의 비책인 ‘지문인증 시스템을 통한 전자입찰’을 도입했다. 시중에서 6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USB형태의 지문저장장치(보안토큰)에 지문을 등록하고, 여기에 저장된 지문과 일치된 사용자만 투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생체정보를 전자입찰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에 따라 17만개에 달하는 조달 관련 업체 대표가 지정한 입찰대리인은 대전의 조달청 본청이나 11개 지방조달청에 나와 신원확인과 함께 보안토큰에 지문을 저장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울릉도나 경북 일부지역 등 먼거리에 있는 기업들을 위해 공무원이 직접 출장나가 지문을 접수하기도 한다. 대기업의 경우 수십명이 한꺼번에 등록하는 경우도 있고 입찰담당 직원의 휴가나 출장 등에 대비해 2명 이상을 입찰자로 지정하는 기업도 많기 때문에 지문 등록인원은 최소 30만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은 연세대 생체시험연구소 용역을 통해 영화 등에 등장하는 필름이나 실리콘, 의수 형태의 모조지문의 사용 가능성도 차단했다.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없다는 것이 조달청 설명이다.
개인지문을 조달청에 직접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휴대하는 보안토큰에 저장하고, 조달청은 입찰에 사용한 토큰의 일련번호(시리얼넘버)만 확인하기 때문이다.
대전 =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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